SEC의 ETN(상장지수채권) 거래 중단 명령과 ETF 승인 전망

많은 투자자들이 ETF(상장지수펀드)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스웨덴에서 거래되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기반의 ETN(상장지수채권) 상품 두 가지가 7월에 미국에 상륙했습니다. 바로 Bitcoin Tracker One(CXBTF), 그리고 Ethereum Tracker One(CETHF)의 두 가지 상품인데 이들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지수를 기반으로 한 ETN(Exchange-Traded Note,상장지수채권) 상품으로서 ETF와 비슷한 성격의 파생상품입니다. 8월에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가 9건의 ETF를 무더기로 거절하면서 이들 ETN은 ETF의 대안 상품으로 부상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제(9월 10일) SEC는 CXBTF의 거래를 10일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장에 악재가 추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SEC의 ETN 거래 중단 결정 이유와 이것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번 결정이 사실은 그다지 비중있는 악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보기에 따라 좋은 사인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상장지수채권)의 차이점

ETF(Exchange-Traded Fund)에 관해서는 앞서 쓴 크립토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었으니 여기서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고 여기서는 ETF와 ETN의 기본적인 차이점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ETF와 ETN은 앞의 두 단어가 같습니다. 즉 Exchange-Traded 라는 부분인데 이것은 이 투자 상품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격, 즉 상장 지수에 따라 상품의 가격이 정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ETF처럼 ETN도 비트코인을 직접 사고파는데 따르는 위험과 불편함을 해결했다는 점에서 동일한 장저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이 다른 점은 뒤에 나오는 Fund(기금)라는 단어와 Note(채권)라는 단어 떄문인데 가장 큰 차이점은 얼마나 안전한가에 관한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는 소유자가 언제든지 투자상품을 해당 코인의 형태로 교환할 수 있지만 상장지수채권(ETN)은 받아낼 권리가 있을 뿐 실제 받는다는 보장 면에서는 ETF에 비해 취약합니다.

이는 소유권과 채권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소유권은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되는 권리인 반면 채권은 복수의 채권자가 존재하면서 채무자의 상환 능력과 보험 가입 정도에 따라서 자칫하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투자 측면에서는 ETF가 ETN보다 훨씬 안전하고 확실한 상품이 되는 것입니다.

SEC의 10일간 거래 중단의 이유

SEC는 거래 중단 명령을 내리면서 홈페이지에 거래를 중단한 사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것은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ETN 상품을 내어놓은 발행사 측에서 ETF와 ETN의 차이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않으면서 마케팅 활동을 해왔고, 이 상품이 ETF인지 ETN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상품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알리지 않아왔다는 것입니다. 이에 ETF와 같은 것으로 오인하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입니다.

이번 거래 중단의 의미와 시장에 미칠 영향

일단 이번 조치가 큰 문제가 안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거래의 금지가 아니라 10일이라는 기간 동안만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만일 SEC가 ETN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면 단순한 중단이 아닌 거래 자체를 금지시켰을 것입니다. 따라서 10일간의 기간을 두고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고 이로 인해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충분하다고 여겨진다면 이후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이 조치의 핵심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대해 부정적이기 때문에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투자 상품 자체에 대한 정보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암호화폐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굳이 SEC가 ETN과 ETF의 차이점에 대해 강조하고 나선 것이 혹시나 ETF의 승인이 임박했기 때문에 ETF 상품이 나왔을 때 ETN과의 차별성을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만일 이 분석이 맞다면 ETN 거래 중단은 ETF가 곧 승인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TF를 둘러싼 내외 환경의 변화

이제 9월 30일이면 예정된 CBOE의 ETF의 승인 여부가 가려집니다. 이를 앞두고 긍정적인 전망을 예상하게 하는 뉴스들을 꼽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번에 3번째로 임명한 SEC 위원이 블록체인에 우호적인 인사라는 점입니다. 이번에 지명된 Elad Roisman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 캐나다의 First Block Capital에서 내놓은 비트코인 신탁 상품이 뮤추얼펀드 지위를 얻었다는 뉴스입니다. 이는 캐나다인들이 Tax Free Savings Account나 Registered Retirement Savings Plan과 같은 자금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웃 나라인 캐나다의 이러한 움직임은 SEC에게도 ETF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 ETN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SEC의 태도를 보면 ETN보다 더 안전한 상품인 ETF를 거절할 명분이 마땅치 않습니다. 비록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ETF를 제도권 안에 둠으로써 더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들의 가격 변동성이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유동성의 부족입니다. 유입된 현금의 양이 적다보니 작은 변화에도 가격이 요동치는 것입니다. ETF가 승인되면 대규모 자금의 유입으로 유동성이 증가하고 그동안 SEC가 문제삼아온 비트코인의 Volatility 문제와 가격 조작 우려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는 것이 곧바로 다른 암호화폐들의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입니다. 특히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는 이더리움은 ETF 승인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여전히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을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