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현재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알트코인의 가격은 지금의 시장이 매우 강한 베어마켓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동 자금이 부족하거나 확신이 없는 투자자들은 일부 시장 분석가들의 부정적인 예측에 동요하거나 자금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점점 시장을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투자자들과 자금이 넉넉한 기관 투자자들은 현재의 베어마켓을 오히려 새로운 시장 진입의 기회로 삼으며 장기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미 진행중인 연재가 있지만 잠시 중단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블록체인에 집중해보려고 합니다. 가급적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신중하게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서론

2017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뉴스는 단연 비트코인과 가상화폐 이야기였습니다. 2017년 당시 개당 10,000불이 넘는 비트코인이 한 때는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2판을 사먹었다는 이야기나 단돈 300만원을 투자한 샐러리맨이 지금은 백만장자가 되어 있다는 류의 이야기들은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비쳐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뒤이어 나타나는 여러 사회 현상들, 이를테면 묻지마 투기 광풍과 여기 저기서 터져나오는 해킹 사고와 사기 행각들에 대한 뉴스 등으로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게 확산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하게 바라보아야 할 포인트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부각이 안된 측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트코인과 관련된 가십성 뉴스와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논란에만 눈을 돌리는 사이 IBM과 같은 세계적 IT 기업들은 자체 R&D 역량을 블록체인 기술에 집중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이 기술이 앞으로 다가올 제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는 기술로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의 등장 배경

블록체인이 등장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입니다. 그보다 앞서 우리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실제로는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장면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1. 장면 하나. 아이티 지진과 적십자의 기금 횡령

“비영리 독립 언론 기관인 프로 퍼블리카는 2010년 아이티 지진 당시 적십자의 활동을 연구했고, 그 후 적십자는 갖은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미국 공영 라디오(National Public Radio)는 적십자가 기금을 횡령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밖에도 주택 13만호 재건과 같은 약속 다수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들이 지은 집은 고작 6채에 불과했습니다. 적십자는 아이티의 토지 등기부 등본이 엉망인 탓이라고 변명했습니다”(출처: 돈 탭스콧의 저서 “블록체인 혁명”)

2. 장면 둘. 이민 근로자의 해외 송금 문제

“아날리에 도밍고는 가사 도우미입니다. 토론토에 살고 매달 웨스턴 협동조합 사무실에 현금을 가지고 가서 마닐라에 있는 어머니에게 송금합니다. 수수료만 약 10%이고 도착하는 데 4~7일이 걸리며 언제 도착하는지 수신자가 알 수도 없습니다. 그녀는 매주 이걸 처리하는 데 다섯 시간 걸립니다.”(인용: 돈 탭스콧의 테드 강연)

3. 장면 셋. 음원 저작권 문제

“음악을 예로 들죠. 음악인들은 먹이사슬 끝의 부스러기를 가져갑니다. 25년 전의 작곡가가 히트곡을 써서 곡이 백만 개 팔린다면 저작권료가 4만 5천 달러쯤 되었을 겁니다. 오늘 작곡가가 히트곡을 써서 스트리밍이 백만 번 되면 4만 5천 달러가 아니라 36달러를 받습니다. 피자 하나 사기 적당하죠.”(인용: 돈 탭스콧의 테드 강연)

이 장면들의 공통점은 한가지로 귀결되는데 바로 미들맨(Middle man)의 존재와 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부조리라는 점입니다. 미들맨은 원래 서로 알지 못하는 당사자들을 연결시켜주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그 댓가로 소정의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사회, 경제 시스템이 매끄럽게 돌아가도록 해주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 미들맨의 역할과 권한이 너무 커지면서 매우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거래의 내용이 복잡해지고 양이 증대함에 따라 미들맨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은 점점 복잡해지고 비용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간단한 작업에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들의 업무 내용은 대부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각종 부정 부패의 온상이 되기 쉽습니다.

1,2,3차 양적 완화(QE)별 달러화 발행량

2008년 전세계가 금융 위기에 빠졌을 때 미국이 내어놓은 자구책은 양적 완화라는 조치였습니다. 이른바 연방준비위원회가 엄청난 양의 달러화를 찍어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 당사자는 오히려 이익을 얻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그 비용이 모두 부담되었습니다. 이에 분개한 시민들은 Occupy Wall Street 운동을 일으켰습니다. 정부와 화폐 당국이라는 미들맨이 화폐 발행에 대한 통제권을 전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가난한 시민들은 더욱 가난하게 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강화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조리에 대한 해법으로 내어 놓은 것이 바로 사토시 나카모토가 발표한 비트코인이었으며 비트코인 개발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 분산 원장기술 즉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과 같은 대안 화폐를 넘어서 수많은 응용분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거래의 기록, 원장(Ledger)

원장(Ledger)이란 거래의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서로 돈을 주고 받았다는 거래를 기록할 경우 두 사람은 각자 사인한 원본을 가지고 있게 될 것입니다. 만일 이 중 한 사람이 장부를 조작하여 금액을 변경하고 이것이 원본이라고 우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들맨이 필요하게 됩니다. 미들맨이 공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어느 것이 원본과 일치하는 것인지를 인증해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는 방식입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거래가 발생하는 일이 통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원장(Digital Ledger)이 필요하게 됩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인터넷과 컴퓨터를 사용하여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디지털 사인을 거치게됩니다. 디지털 원장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디지털 원장에는 하나의 커다란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복제의 문제입니다. 디지털 기록은 쉽게 복제가 가능하고 원본과 사본의 경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자원을 여러 곳에서 사용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른바 이중 지불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은행 시스템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시 복잡한 중앙집중 시스템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이들 시스템은 서버의 처리 용량과 해킹 방지를 위한 보안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합니다. 이 비용은 다시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됩니다.

뭔가 획기적인 대안은 없는 걸까요? 그 대안이 바로 디지털 분산 원장(Digital Distributed Ledger) 시스템입니다.

미들맨이 필요없는 디지털 분산 원장(Digital Distributed Ledger)과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

디지털 분산 원장이란 거래내역이 기록된 원장을 P2P 네트워크를 통해 복사하여 다수의 컴퓨터가 동일한 복사본을 갖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블록체인이란 각 거래 내역을 타임스탬프와 함께 블록 단위로 저장한 후 암호화하여 새로운 블록과 연결해 나감으로써 데이타의 무결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기술입니다.

디지털 분산 원장과 블록체인 기술은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데이타에 유일성(원본임을 인증 가능)을 부여함으로써 디지털 기술이 금전 거래에 사용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중앙 관리자가 없지만 블록 생성에 참여하는 컴퓨터들의 컴퓨팅 파워에 의해 시스템이 유지되므로 일반 사용자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블록 생성에 참여하는 과정을 채굴이라고 하는데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해커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문제를 최초로 푸는 컴퓨터에게 거래 수수료와 코인을 무료로 지급하므로 자발적인 참여 동기가 생기게 됩니다.

블록체인의 형성 과정과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어 누구나 볼 수 있으며 블록에는 자동으로 디지털 타임 스탬프가 찍혀짐으로써 과거의 데이타를 조작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부정한 거래(이중 지불 또는 초과 지불)에 대해서는 컨펌이 거부되므로 부정 거래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이 장부를 조작하고자 한다면 자동화된 알고리듬 대신 개별적으로 장부 내역을 수정해야 하는데 동일한 장부 기록을 가지고 있는 전세계의 수많은 컴퓨터들이 복사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사 장부 조작에 성공하더라도 조작된 장부는 컨펌을 받지 못하고 무효화됩니다. 이론상 51% 이상의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알고리듬에 버그가 없는 한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디지털 분산 원장이 주는 혜택

디지털 분산 원장을 사용하게 되면 미들맨이 없이도 안전한 거래가 가능해집니다. 미들맨이 사라짐으로 인해 다음과 같은 혜택이 생겨납니다.

  1. 빠른 거래 속도
  2. 매우 저렴한 수수료
  3. 정확하고 투명한 거래
  4. 자산을 직접 관리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화폐 거래나 송금과 같은 단순한 작업 뿐만 아니라 개발 여하에 따라 수많은 응용 분야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현실화된다면 기존의 경제 시스템을 지탱해 온 수많은 미들맨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은행이 문을 닫고 보험사가 없어지며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개인들간의 자동화된 블록체인 시스템에 의해 돌아간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러면서도 투명하고 빠르면서 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기존의 시장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의 다양한 응용분야

하지만 현실의 벽은 결코 녹록치 않습니다. 블록체인이 다양한 분야로 성장함에 따라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와 장벽에 부딛치게 됩니다. 지금 여러분이 신문과 뉴스에서 보고 있는  여러 부작용과 문제점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블록체인의 성장과 당면한 문제점”이라는 제목으로 보다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