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이야기 – 진실 혹은 오해?

암호화폐와 관련해서 뉴스에 많이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채굴(mining)입니다. 채굴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요소이다보니 뉴스에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종종 채굴과 관련하여 오해나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팩트 체크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Bitcoin mining farm

1. 채굴은 광산에서 한다?

비트코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화폐가 아닌 디지털 데이터로만 존재하는 화폐입니다. 따라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과정은 광산이 아닌 네트워크 상에서, 곡괭이가 아닌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화폐의 입장에서 보면 조폐 또는 발행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만 누군가 인위적으로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작업을 거쳐 보상의 성격으로 주어진다는 점에서 채굴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 오해

2. 비트코인 시스템은 채굴을 통해 유지된다?

비트코인 시스템이 운영되려면 채굴을 하는 노드가 거래를 기록하고 거래에 대한 검증을 지속적으로 해주어야 합니다. 채굴에 참여하는 컴퓨터 또는 하드웨어를 노드라고 하는데 참여하는 노드 가운데 가장 먼저 정답을 제출하는 노드가 채굴에 성공하여 신규 발행되는 비트코인을 보상으로 받게 되고 성공한 노드는 다음 블록(장부)에 거래를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검증이란 바로 전에 채굴에 성공하고 장부를 기록한 컴퓨터로부터 문제를 전달받고 이를 푸는 과정에서 조작된 장부를 걸러내는 과정입니다. 누군가 장부를 조작하여 네트워크에 배포를 한다면 해당 장부로부터 만들어진 문제를 받은 노드는 다른 노드와는 틀린 답을 도출하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검증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통상 6번의 채굴 과정를 무사히 통과한 거래만을 검증된 거래로 인정합니다. 거래 내역의 기록과 검증을 채굴에 참여한 노드들이 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스템은 채굴을 통해 유지되는 것이 맞습니다.

결론: 진실

3. 채굴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채굴 과정을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적인 설명으로 실제로 어떤 공식에 따라 수학문제를 푸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무작위로 새로운 값을 대입하여 조건에 맞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과정입니다. 좀더 현실에 가까운 비유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커다란 항아리 속에 1부터 10000까지의 숫자가 적힌 공을 넣습니다. 그 중에 하나의 공을 꺼냈을 때 100보다 작은 번호를 꺼내는 사람을 성공으로 인정합니다. 참가한 사람이 한사람씩 돌아가면서 공을 차례대로 꺼내다 보면 언젠가는 100보다 작은 번호의 공을 찾는 사람이 나옵니다. 이 과정을 사람이 하는 대신 여러 컴퓨터에서 각각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반복해서 정답을 대입해보게 하는 것이 채굴입니다.

통상 10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만일 정답이 너무 일찍 나오면 조건을 조금더 어렵게 해서 50보다 작은 수, 20보다 작은 수 같은 식으로 난이도를 점점 어렵게 조정하고 정답이 나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150보다 작은 수, 200보다 작은 수처럼 난이도를 점점 쉽게 조정해서 평균적으로 10분에 한 명의 정답자가 나오게끔 자동으로 조정됩니다.

결론: 오해

4.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다?

처음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총 발행량을 2100만개로 지정해 두었습니다. 10분에 한번씩 정답을 알아낸 채굴자의 비트코인 지갑에 새로운 비트코인이 발행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채굴이라고 부르는 과정입니다. 최초 비트코인이 시작되었을 당시에는 한번 채굴시마다 50개의 비트코인이 발행되었는데 이 수량은 4년에 한번씩 반으로 줄어들어 지금은 한번 채굴에 성공시마다 12.5개의 비트코인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매 10분마다 한번씩 채굴이 되고 4년마다 반감기를 거친다고 했을 때 2140년이 되면 모든 비트코인의 채굴이 끝나게 됩니다.

결론: 진실

5. 비트코인 채굴이 모두 끝나면 비트코인 시스템도 멈춘다?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언젠가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의 수량이 0이 되면 더이상 장부를 기록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스템은 멈출 수밖에 없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채굴이 끝나더라도 블록(장부)에 거래를 기록하는 작업은 멈추지 않고 계속됩니다. 다만 채굴에 따른 보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채굴할 유인이 줄어드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거래수수료라는 보상은 여전히 채굴자에게 주어지게 되므로 비트코인 시스템을 운영할 유인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반적인 견해는 모든 채굴이 끝나는 시점으로 예상되는 2140년이 되기 전에 기술의 발전으로 채굴에 필요한 비용은 줄어들고 비트코인 수요의 상승으로 가격은 올라가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만으로도 채굴을 지속할 충분한 동기가 유지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결론: 거짓

6. 채굴 채산성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스템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채굴에 필요한 비용에 비해 채굴로 얻어지는 비트코인으로 인한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유지되었지만 갈수록 채굴 난이도가 올라가고 주어지는 비트코인의 양은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채산성이 낮아져서 채굴자들이 채굴을 중단하고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시스템이 중단된다는 논리를 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핏 그럴듯하게 들리는 논리이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함정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 갈수록 채굴 난이도가 어려워진다는 논리입니다.

지금까지 채굴 난이도는 엄청난 비율로 상승해온 것은 맞지만 항상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채굴 난이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동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드로부터 투입되는 컴퓨팅 파워의 양에 비례하여 상승하는 것입니다. 매 10분마다 하나의 정답만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컴퓨터가 노드에 참여할수록 난이도는 상승하고 노드에 참여하는 수가 줄어들면 난이도는 자동으로 하락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채굴에 따르는 채산성이 줄어들어 운영을 멈추는 노드가 늘어나면 자동으로 난이도가 낮아져서 나머지 컴퓨터들의 채산성이 올라가 결국은 균형을 맞추게 되는 것입니다.

결론: 거짓

7. 모든 암호화폐는 채굴을 통해 생성된다?

비트코인은 채굴을 통해 생성되는 것이 맞지만 모든 암호화폐가 채굴을 통해 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통상 채굴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암호화폐는 컨센서스 메커니즘으로 PoW(Proof-of-Work)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컨센서스란 블록체인의 내용을 기록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코인에 따라 서로 다른 컨센서스를 사용합니다.

이 중 PoW 방식은 컴퓨터를 사용해서 열심히 일했으니 자격을 주겠다고 하는 것인데 PoW의 문제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불필요한 단순 작업에 너무나 많은 자원과 비용을 낭비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 PoS(Proof-of-Stake: 코인 보유량에 비례하여 검증 자격을 주는 것), DPoS(Delegated Proof-of-Stake: PoS 방식을 사용하되 투표를 통해 검증 자격을 주는 대표를 뽑는 것), PoI(Proof-of-Importance: 거래량에 비례하여 검증 자격을 부여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채굴자의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채굴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도 있습니다.

PoS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채굴이라는 용어 대신 Forg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암호화폐에 따라 채굴(mining)이나 forging을 통하지 않고 처음부터 전체 발행량을 미리 발행한 코인(Ripple)도 있고 발행 총량을 제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행되는 코인(Ethereum)도 있습니다. 어떤 코인은 에어드랍이라는 방식으로 무료로 배포되기도 하고 스마트 계약에 따라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소각(Burn)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암호화폐가 채굴을 통해 생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 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