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투표

오는 6월 13일이면 한국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전국적인 선거가 치러지게 됩니다. 미국에서 산지 1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에서 치러지는 선거 소식에는 귀가 기울여집니다. 이번 6/13 지방선거를 계기로 블록체인과 투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간접 민주주의와 선거

민주주의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고대 그리스에서는 시민들이 아고라 광장에 모여 중요한 정책을 직접 결정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시민이  한 자리에 모여서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대표자를 선출하는 간접민주주의로 발전했고 이를 위해 투표 제도가 일반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민주주의의 폐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먼저 간접민주주의의 결과로 나타난 정당 제도는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보다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폐해, 각종 업계의 로비와 정당 자체의 비대화, 부정 부패로 많은 국가에서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또한 몇 년마다 치르는 선거에 따르는 비용과 끊이지 않는 부정 투개표 의혹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합니다.

획기적 대안으로 떠오른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투표는 시간과 비용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지만 중앙 서버에 대한 신뢰 문제와 개인 정보와 성향의 노출, 해킹 또는 조작에 대한 우려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중요한 투표에서는 일반화되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최근 블록체인을 통한 투표가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을 통해 돈을 보내는 것이라면 블록체인 방식의 투표에서는 돈 대신 표를 보내는 방식입니다.

2014년 덴마크의 정당, 자유 연합(Liberal Alliance)에서는 최초로 당 내부 선거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를 시행하였고, 2016년 유타주에서는 블록체인 방식의 투표로 경선을 치른 바 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공정성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Active Citizens’이라는 온라인 투표 프로젝트를 블록체인 방식으로 변환하기로 하고  2017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모스크바 시에서는 지하철 라인의 이름을 정하거나 의사 배지의 디자인을 정하는 등 크고 작은 결정사항을 2백만명의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블록체인 투표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4월 한국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 공식적으로 블록체인을 통한 투표방식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호주, 덴마크 등 7개 국가에서 블록체인 방식의 전자투표를 도입하거나 준비중이고 이 숫자가 앞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블록체인이 투표를 만났을 때

블록체인이 투표에 적용되었을 때 얻게되는 혜택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보안 – 블록체인은 암호화기술과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특성에 따라 해킹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투표 결과를 조작할 수 없습니다.
  2. 투명성 – 블록체인은 최종 투표 결과 뿐만 아니라 투표 내용이 모두 투명하게 공개되고 조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담보됩니다. 본인이 투표한 내용의 이력을 언제든지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투표가 조작되었다면 곧바로 확인이 됩니다.
  3. 익명성 – 블록체인 방식에서는 개인 정보와 투표가 분리되어 다루어지므로 투표의 내용은 투명하게 유지하면서도 투표자의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4. 신속성 – 일일이 사람이 투표지의 내용을 검사하고 카운트해야 하는 재래식 투표와는 달리 검표요원이 필요 없이 투표와 동시에 결과가 발표가 됩니다.
  5. 경제성 – 투표와 개표 과정에 소요되는 수많은 인력이 절감되고 개표 및 감시 과정도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되므로 상당한 비용절감이 가능해집니다.
  6. 편의성 – 투표자는 투표장에 직접 갈 필요가 없고 모바일 앱으로 즉석에서 후보자들을 검색하고 투표할 수 있으므로 매우 편리합니다. 기존에 여러 가지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7. 환경 보호 –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줄어들기 때문에 환경의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합니다.

블록체인이 보다 광범위하게 현실 투표에 적용되게 된다면 투표 문화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투표일 전에 사전 투표를 했더라도 투표 마감일 전에는 결정을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대표자를 뽑거나 중요한 의제에 대한 결정 정도만 투표를 통해 해 왔지만 앞으로는 보다 정밀화된 시민의 의사를 블록체인 투표를 통해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대표자를 뽑는 경우에도 그 대표자에게 전적인 지지가 아닌 특정 현안에 대해서만 조건부 지지를 표할 수도 있고 여러 명의 후보에게 지지도를 퍼센트로 나누어 주는 등 보다 창의적인 투표 방식이 도입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정당 제도와 간접 민주주의 제도가 그 존재 의의를 상실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직접 민주주의가 블록체인을 통해 현실화될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통한 실제 투표 과정

블록체인 투표 알고리듬를 개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FollowMyVote.com이 예시한 블록체인 방식의 실제 투표과정을 보시면 좀더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1) 투표자는 투표용 앱을 다운받아 설치합니다.
2) 앱을 사용해 본인의 신분을 인증받습니다.
3) 앱을 사용해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자 등록을 합니다.
4) 2,3단계를 통과하면 온라인 투표권을 앱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5) 투표자는 블록체인 기반은 온라인 투표함에 익명으로 투표합니다.
6) 투표 마감일 전에 마음이 바뀌면 선택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이 기능은 관련 법이나 정책에 따라 끌 수도 있습니다)
7) 투표 마감일이 끝나도 언제든지 자신의 어카운트를 통해 자신의 투표가 의도한대로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익명 처리된 타인의 투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맺는 말

현재 투표와 관련하여 블록체인을 결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Nvotes.com, Followmyvote.com, Democracy.earth 같은 곳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아쉽게도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만 대부분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암호화폐 중 하나로 투자는 불가능하다는 점은 아쉬운 점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성숙과 맞물려 투표의 방식이 바뀌게 되면 투표 문화도 바뀌고 민주주의의 모습도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정치인과 정당 역시 또 하나의 미들맨이라고 했을 때 그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블록체인이 바꾸게 될 미래 정치의 모습이 사뭇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