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kt가 만들어갈 디지털 화폐의 미래에 대한 전망

필자에게, 올해 발표된 암호화폐 관련 뉴스 가운데 가장 폭발력있는 뉴스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Bakkt의 출범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Bakkt는 NYSE(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인 ICE(Inter-Continental Exchange)가 만든 암호화폐 거래소입니다. Bakkt의 출범에 함께 참여한 기업으로는 BCG(Boston Consulting Group), Microsoft, Starbucks가 있고 추가적인 파트너 또는 투자 참여가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Alan Howard, Pantera Capital, Fortress Investment Group, Eagle Seven, Galaxy Digital, Protocol Ventures, Susquehanna International Group, Horizons Ventures 등의 유명 파이낸셜 기관들이 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8월 Bakkt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시장은 Bakkt의 출범에 그리 큰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Bakkt의 출범은 그 진행 여부에 따라 굉장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Bakkt의 첫번째 상품 – 실물 비트코인 선물 상품

Bakkt가 내세운 첫번째 상품은 “실물 비트코인 선물(Physical Bitcoin Futures)” 상품입니다. 이미 시장에는 CBOE와 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이 출시되어 거래되고 있지만 Bakkt의 선물 상품의 차별성은 Physical Bitcoin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Physical Bitcoin이라는 것은 사실상 엄청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기존에 CBOE와 CME에서 내놓은 선물 상품의 경우, 고객은 가상의 비트코인을 놓고 사고 팔고를 계속하다가 한달에 한번씩 최종 정산을 한 후 그 금액을 Fiat Money로 지급받게 됩니다. 선물의 가격은 시장의 비트코인 시세를 반영하여 정해지지만 비트코인 선물 거래로 인해 비트코인의 거래가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입니다. 즉 이말은 비트코인 선물은 비트코인이라는 이름만 붙었지 실제로 비트코인 거래는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비트코인 선물에는 비트코인이 없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Bakkt가 내놓으려고 하는 선물 상품은 처음 구입할 때 실제로 비트코인을 사게 되며 하루에 한번씩 정산한 후에 그 비트코인은 실제 고객의 계좌로 전송됩니다.  지금까지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활발해진다고 해서 실제로 비트코인이 시장에서 유통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었지만 Bakkt의 Phisical Bitcoin 방식이 시작되면 선물 거래에 유입이되는 모든 자금은 실제 비트코인의 거래로 이어지기 때문에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됩니다.

즉 기존의 선물 상품은 비트코인 시장에서 선물 시장으로 단방향의 영향력에 불과했다면 현물을 기반으로 한 선물 상품은 비트코인 시장과 선물 시장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양방향의 영향력이 생기는 것입니다. 선물 거래에 자금이 유입될수록 이는 실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Bakkt의 큰 그림 – 디지털 화폐 생태계 구축

Bakkt는 단순히 새로운 거래소 하나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 그 목표가 아닙니다. 위에서 설명한 실물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선물 상품 자체도 대단하지만 Bakkt가 그리고있는 훨씬 더 큰 그림을 보아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Bakkt를 설립한 ICE는 NYSE를 비롯한 전 세계 23곳의 거래소를 소유한 세계 최대의 거래소 기업입니다. 즉 투자시장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고의 전문가라는 뜻입니다. Bakkt가 내세우고 있는 3가지 목표를 보면 1) Efficient 2) Seamless 3) Secure를 들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이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세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Efficient (효율성) – 암호화폐를 사고 팔고, 보관하고 사용하는 과정이 어렵고 복잡해서는 안됩니다. Bakkt는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하여 이러한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2) Seamless (연속성) – 지금까지 암호화폐 사용자는 거래소는 거래소대로, 상거래는 상거래대로, 보관은 보관대로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매끄러움이라는 뜻을 가진 Seamless를 달성하기 위해 Bakkt는 거래와 보관, 상거래를 하나로 이어주는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할 것입니다.

3) Secure (안전성) – 우후죽순 식으로 무분별하게 세워진 현재의 암호화폐 생태계는 각종 위험요소로 인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왔습니다. Bakkt는 세계 최대의 거래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규제를 준수하면서 안전한 자산 관리를 통해 투자자들을 유인할 것입니다.

이러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증거는 바로 Bakkt의 참여업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Boston Consulting Group의 분석을 바탕으로 검증된 IT 기업 Microsoft이 개발하는 기술적 토대를 세우고, 디지털 화폐를 실제 현실에서 사용하는 최초의 실험무대가 될 Starbucks를 끌어들인 것입니다.

이는 애플의 아이폰 전략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 하나를 만든 것이 아니라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스마트폰 시장이지만 애플의 IOS가 나오기 전까지 모바일 환경은 척박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통신, 인터넷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각 따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브잡스가 처음 iPhone을 발표하던 프리젠테이션은 유명합니다. 마치 3개의 서로 다른 제품을 출시하는 것처럼 뜸을 들이다가 마침내 iPod, 전화기, 컴퓨터를 하나의 기기로 통합한 iPhone을 소개했습니다. 물리적 키보드를 과감히 없애 화면을 크게 하였고, 앱스토어 개발자들에게 높은 수익을 보장해 앱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기존의 iTunes가 가지고 있던 콘텐츠를 보강해 한 곳에서 모든 미디어를 소비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애플로 인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온 세상이 모바일 중심으로 바뀐 것처럼 Bakkt는 디지털 화폐가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건들을 고민하고 불편을 제거하며 디지털 화폐의 대중화를 위한 주춧돌을 놓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Bakkt가 지향하는 목표가 디지털 화폐 생태계를 지원한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Bakkt의 영어 발음이 Backed와 동일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Bakkt가 스타벅스를 만났을 때

이와 같은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Bakkt의 입장에서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체인점이 참여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면서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디지털 화폐가 화폐로서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실제로 결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 파트너가 스타벅스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27,000개 이상의 매장에서 매장당 하루 평균 약 500명의 소비자가 커피를 소비하는 곳입니다. 하루 1,350만명의 고객이 일인당 5불을 소비한다고 가정하면 전세계 매장에서 6,850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하고 1년간 총 수익은 250억 달러 이상에 달합니다. 만일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커피를 구입하는 사람이 1%만 된다고 하더라도 연간 2억 5천만 달러의 마켓캡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는 Adoption 측면에서 볼 때 엄청난 효과이며 또한 가격 안정성 면에서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는 스타벅스에서 어떠한 형태로 비트코인을 사용하게 할 것인지에 따라 그 효과는 매우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타벅스가 직접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여러 가지 방식을 생각할 수 있지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보더라도 스타벅스 내에 최소한 비트코인 ATM 기계를 두는 것 정도는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편의성 측면에서 볼 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 또는 모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1) 스타벅스 앱에 비트코인을 저장하였다가 소비자가 원할 때 달러로 교환하여 커피 구입에 사용

2) 스타벅스 카운터에서 비트코인을 달러로 교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환된 달러는 커피 구입이나 기프트 카드 구입으로 연결

어떤 경우에든 환전에 따르는 수수료가 발생할 것이며 이는 스타벅스의 또다른 수입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서비스가 구체화될 때의 관건은 어떻게 소비자로 하여금 비트코인을 사용하도록 유도할 것인가가 될 것입니다. 수수료율을 얼마나 낮게 책정하느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Bakkt가 보다 적극적이라면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비트코인으로 구매시 여러 가지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방식이나 수수료 정책이 나온 것이 아니라서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이 스타벅스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하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스타벅스가 BAKKT와 손을 잡은 이상 유명무실한 서비스가 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무엇보다 스타벅스 자체의 매출보다 더 큰 효과는 아마도 마켓 리더로서의 영향력으로 인한 파급효과일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안착시킨다면 이를 벤치마킹한 다른 소매업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고 이는 더 많은 매장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결론과 전망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Bakkt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우선 NYSE(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즉 일반인들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주식 거래하듯이 손쉽게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규제를 충족하는 안전한 상품인만큼 그동안 투자 기회를 엿보던 일반인들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참여가 줄을 이을 것입니다.

선물 상품은 SEC보다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CFTC(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의 규제를 받게되므로 내년 초로 예정된 상품 출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ICE의 과거 경력을 보면 비트코인 선물 상품은 시작에 불과하고 ETF, Mutual Fund, 기타 파생상품 들의 출시도 향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과가 좋으면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코인들과 관련된 상품도 추가적으로 출시되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스타벅스의 활약이 더해진다면 암호화폐는 마침내 주류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전세계 어디서나 스타벅스 앱만 있으면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구입할 수 있는 날, 더 나아가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환전하지 않아도 암호화폐를 사용하여 대부분의 상거래를 할 수 있게 된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마치 전세계가 스마트폰을 통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